미지급 임금 소송과 과실상계: 근로자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도 있을까?

미지급 임금 소송과 과실상계: 근로자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도 있을까?

임금청구와 근로자의 책임 문제, 시작하며

근로자가 정당하게 일한 대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법적으로는
‘미지급 임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사상 권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보호를 받는 영역 중 하나로, 단순한 금전 채권이 아니라
생계와 직결되는 권리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법정에서는 때때로, 근로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상황이 등장하곤 합니다. 예컨대 지각·조퇴가 반복되었다거나, 고의로 업무를 방해했거나,
사용자의 손해에 기여했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 측은 “근로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미지급 임금을 다 줄 수 없다”는 논리로 대응할 수 있는데,
과연 이러한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할까요?

임금채권의 본질과 법적 위치

근로기준법 제2조는 ‘임금’을 근로에 대한 대가로 사용자로부터 받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제36조 및 제43조는 임금 지급의
원칙과 기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미지급 시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까지 합니다.

즉 임금은 단순한 계약상의 급여 개념을 넘어,
근로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로 간주되며,
그 지급의무는 매우 엄격하게 작동합니다.

손해배상과 과실상계의 법리 개요

민법 제390조는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어 제396조는,
손해의 발생에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그 손해를
공평의 원칙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과실상계’ 조항입니다. 이 개념은 주로 불법행위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적용되며,
원고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배상액이 감액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그의 과실만큼 손해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지급 임금 소송은 통상 손해배상 청구와는 다릅니다.
근로자는 단순히 임금을 ‘달라’고 요구할 뿐이고,
이 경우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본질적으로 문제 되는 것입니다.

임금청구권과 과실상계가 충돌할 수 있는가?

이쯤에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고,
그 손해에 근로자의 과실이 일부 있었다면,
과연 법원은 임금청구액을 감액할 수 있을까요?

실무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사용자의 방어논리로 종종 등장합니다.
특히 고의적 기물 파손, 지시 불이행, 허위 보고 등 ‘근로자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하지만 판례와 법리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근로자의 과실이 임금청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실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도 과실이 있으니 임금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례는
다수 존재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부분 이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자 생계 수단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설령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정이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임금청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판례로 보는 과실상계 적용 시도

1. 허위 근로시간 기록 사건

한 근로자가 매일 출퇴근 기록을 임의로 조작해 실제보다 많은 시간 일한 것처럼 꾸몄고,
회사는 이에 대해 “해당 근로자의 연장근로수당은 허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허위 기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근로한 시간이 명백히 존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은 지급되어야 한다
며 과실상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상습 지각 및 무단 조퇴

또 다른 사건에서는 근로자가 반복적으로 지각하고 조퇴하며,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는 이를 근거로 “근로태만으로 인한 손해”를 주장하며 임금 일부 지급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가 계약된 기간 동안 실제로 근무한 사실이 있는 한,
사용자는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근로자의 불성실에 대한 평가는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로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임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경계

임금은 노동 제공의 결과로 ‘발생하는 채권’인 반면,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나 계약위반으로 인해 ‘생기는 채권’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할 경우,
그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는 반소 형태의 손해배상청구를 별도로 제기해야 합니다.

미지급 임금을 자동으로 감액하거나 상계처리하려는 시도는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며,
근로자 동의 없이 상계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도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은 법적 성격이 다르므로,
서로를 상계하거나 대체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근로자의 ‘일부 책임’이 인정된 예외적 판결

다만 예외적으로, 근로자의 고의에 가까운 행위가 입증된 경우 일부 과실상계 유사 판단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근로자가 입사 당시 경력을 위조하거나, 회사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사안에서
법원은 “근로계약 자체가 사기적으로 체결되었고, 그로 인해 사용자가 중대한 손해를 입었다면
임금청구권의 일부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극히 예외적이며, 일반적인 과실이나 태만으로는
임금청구에 대한 감액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요약: 법원의 일반적인 태도

대부분의 판례는 임금청구권과 근로자 과실을 명확히 구분하며,
임금은 원칙적으로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그에 대해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며,
임금에서 일방적으로 차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과실상계는 민법상 손해배상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
미지급 임금 소송에서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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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실무에서의 실제 대응 전략

현장에서 미지급 임금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각 당사자는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근로자(원고) 측 전략

근로자는 임금 미지급 사실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내역, 타임카드, 내부 메신저 기록 등이 주요 증거입니다.

사용자가 과실상계를 주장할 경우, 이를 반박하는 방향으로
“해당 사실이 손해배상의 문제일 뿐, 임금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사용자(피고) 측 전략

사용자는 근로자의 문제 행동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임금채권을 직접 감액할 수 없으며,
반드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반소)로 접근해야 합니다.

만약 피고가 임금에서 공제하거나 차감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으로 역으로 불리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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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상 자주 발생하는 오해와 착각

많은 사용자들이 다음과 같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근로자가 잘못했으니 임금 안 줘도 된다.”
  • “회사에 피해를 줬으니 손해만큼 월급에서 빼자.”

그러나 이는 모두 잘못된 법적 판단입니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근로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채권
이며, 사용자가 이를 일방적으로 공제하거나 유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손해에 대한 문제는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따로 다뤄야 하며,
임금청구권과는 절대 혼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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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임금 소송과 반소 전략

실제로 일부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임금 소송에 대응하여 반소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기밀 유출, 물품 손괴, 외부 금전 수수 등 회사에 직접 손해를 끼친 사례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양쪽 주장을 병합하여 심리하지만,
임금청구 자체가 근로의 대가로 성립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원칙을 지킵니다.

사용자의 반소가 받아들여진다면, 법원은 이를 토대로
최종 지급액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실상계”가 아니라,
독립된 손해배상청구 인용에 따른 금액 조정
이라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3

임금 감액의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는가?

임금 감액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법령에 근거하거나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사전에 서면으로 합의한 손해배상에 따른 공제는 일부 인정되지만,
법원은 그 사유와 범위가 명백해야 하고,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합의는 무효로 봅니다.

결국 법적 감액은 ‘임금청구의 정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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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임금은 원칙적으로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

미지급 임금 소송에서 근로자에게 일정한 책임이 인정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임금청구권 자체를 무력화하거나 감액의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과실상계는 손해배상 사건에서나 의미가 있는 법리이며,
임금은 노동 제공이라는 조건만 충족되면 전액 지급되어야 하는 채권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섣부른 감액 시도는 형사책임이나 불리한 민사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법적 절차를 정확히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