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소비대차와 이자의 법적 개념
민사소송에서 자주 다뤄지는 대여금 청구나 채권 회수 문제는 ‘이자율의 선택’에 따라 채권자의 손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약정이율과 법정이율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계약, 즉 금전 소비대차계약은 민법 제598조에 따라
성립하며, 이자에 대한 내용은 당사자 간의 약정과 법률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정이율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이자율을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 그에 따릅니다. 반면,
법정이율은 이자 약정이 없거나, 약정이 불명확한 경우 민법이나 관련 법령에서 정한 비율이 자동 적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약정이율의 법적 근거와 적용
이자에 대한 약정은 일반적으로 차용증, 계약서, 각서 등 문서에 명시됩니다. 민법에서는 이자약정을 특별히 제한하지는 않지만,
이자제한법에 따라 일정 비율(현행 연 20%)을 초과하는 이자약정은 초과 부분이 무효로 처리됩니다.
실무상 약정이율은 금전거래 시 계약서 또는 차용증에서 “연 ○○%” 등의 문구로 표현되며,
이는 이자 발생뿐 아니라 연체 시 연체이자율(지연손해금)의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자에 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그 약정이 법률상 허용 범위 내라면 원칙적으로 해당 약정이율이 우선 적용됩니다.
이는 당사자의 자율의사 존중이라는 민법의 기본 원칙에 기초합니다.
법정이율의 의미와 적용 기준
민법 제397조 제1항은 금전채무의 불이행 시 손해배상액은 약정이 없는 한 법정이율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았을 때 얼마만큼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법정이율은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연 5%로 유지되다가,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대통령령을 통해 조정되며
2015년 이후 일시적으로 연 6%로 상향되었다가 다시 2023년부터 연 5%로 환원되었습니다.
상법상 상행위로 인한 금전채무는 연 6%가 적용됩니다.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소송 진행 중이나 판결 선고 이후의 지연손해금에 대해
보다 높은 법정이율(예: 연 12%)을 적용하여 채권자의 권리 회복을 보장합니다.
판례를 통해 본 이율 적용의 실제
약정이율과 법정이율이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2다86208 판결에서는 원금 채권에 대해 연 4%의 약정이율이 있었으나 연체이자에 대한 별도 약정이 없던 사안에서,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약정이율을 지연손해금률로 본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약정이율이 존재할 경우, 변제기 이후에도 해당 이율이 계속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채권자로 하여금 연체이자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도록 유도하는 실무상의 시사점을 줍니다.
반면 대법원 2009다61436 판결은 약정이율이 없을 경우 민법상 법정이율이 적용됨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실제 이자율 적용은 약정의 존재 여부와 내용, 그리고 법률의 강행규정 위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약정이율과 법정이율의 충돌, 어떤 기준이 우선일까?
대여금 반환 청구나 금전채무 관련 민사소송에서 약정이율과 법정이율이 충돌하는 상황은 매우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 경우 단순히 계약서나 차용증에 적힌 이율만 보면 안 되며, 법률의 규정과 판례, 실무 관행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당사자 간 약정이 있는 경우 약정이율이 우선되며, 이는 민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과도 부합합니다.
그러나 그 약정이율이 이자제한법 등 강행법규를 위반하거나, 연체이자에 대한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라면 법정이율 또는 판결이율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약정이율 적용의 원칙과 예외
약정이율은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서나 차용증에 명시된 이율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예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자 약정이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 연체이자율이 별도로 정해지지 않은 경우
- 약정이율이 법정 최고이율을 초과한 경우
특히 약정이율과 연체이율(지연손해금)이 구별되지 않은 경우, 판례는 통상 약정이율을 연체이자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2다86208 판결은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며, 채권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채택했습니다.
약정이율이 없을 때의 기준은?
계약서상 이자율 자체가 없거나, 차용증에 “무이자”라고만 명시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민법 제397조에 따라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 현재 민법상 법정이율은 연 5%(2023년 기준)입니다.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법정이율이 적용된다.” — 대법원 2009다61436 판결
반면 “무이자”라고 명시된 경우에는 연체시에도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므로,
연체이자 청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시 애매한 표현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연체이자, 법정 최고이율과 이자제한법의 적용
약정이율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율이 법정 최고이율(연 20%)을 초과하면 초과 부분은 무효입니다.
이는 「이자제한법」의 규정으로, 서민 보호와 불법 고금리 근절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다2341 판결: “약정 이율이 하루라도 법정 최고를 초과하면, 그 초과 부분은 무효이다.”
예를 들어 연 24%로 약정했다면 연 4%에 해당하는 초과 부분은 무효로 처리되며,
법원은 이 초과분을 공제한 뒤 이자 산정 결과를 도출합니다.
단리와 복리, 그리고 이자 위의 이자
이자계산 방식에서도 중요한 법리는 바로 “이자 위의 이자 금지”입니다.
민법 제397조 제2항은 이자에 대한 이자는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복리 방식의 이자 계산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실무에서는 단리 방식으로 연체이자를 산정하며,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구조입니다.
단,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경우에는 독립채권으로 취급되어 지연손해금이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연손해금 기산일 설정의 중요성
지연손해금은 원칙적으로 “변제기 다음날”부터 발생합니다.
그러나 변제기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최고 통지일 또는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이 기준이 됩니다.
소장에 “2024년 5월 1일 변제”라고 기재되어 있다면, 지연손해금은 “2024년 5월 2일”부터 발생함.
이 기산일은 전체 이자 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법원 제출용 이자계산서에는 정확한 날짜 계산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소송 실무에서 이자율 적용 전략
금전 채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이자율을 어떻게 청구하고 방어할 것인가는 소송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특히 약정이율과 법정이율이 모두 적용 가능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 수백만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는 청구취지 작성 방식과 이자율 선택, 이자 기산일 설정 등에 있어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청구취지에 이자율을 어떻게 기재할 것인가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식을 따릅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만원과 이에 대해 2024년 5월 2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여기서 연 5%는 법정이율이 적용된 예입니다. 만약 약정이율이 존재한다면, 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비율로…” 등 약정이율 명시
청구취지 문구 하나에도 이자율 적용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계약서나 차용증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소장 및 준비서면에 이자 내용을 기재하는 요령
청구원인에는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차용의 경위 및 금전 교부 사실
- 변제기 도래 및 미이행 사실
- 약정이율 또는 법정이율 적용 근거
- 이자 계산서 첨부 또는 계산 방식 설명
실무에서는 이자계산서 없이 단순히 “약정에 따라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면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간별 일할 계산을 포함한 구체적 산출 내역이 필수입니다.
채권자 측 실무전략
채권자(원고)는 소제기 전부터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다음 사항들을 사전에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차용증 또는 계약서상의 약정이율 확인
- 연체 시 이자율 조항의 유무 점검
- 기산일(변제기) 설정과 최고 통지 여부
- 이자계산서 작성 및 첨부 준비
약정이율이 법정이율보다 낮은 경우, 법정이율을 적용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지연손해금 이율을 청구취지에 별도로 명시하는 방식으로 청구 가능합니다.
채무자 측 방어전략
피고(채무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원고의 이자 청구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 약정이율 자체의 존재 부인 또는 무효 주장
- 이자제한법 위반 주장(연 20% 초과 여부)
- 기간 일부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 주장
- 연체이자 기산일 오류 지적
- 이미 변제된 사실 또는 상계 주장
실무상 가장 많이 성공하는 방어 전략은 기산일 오류 및 일부 변제 후에도 전액 기준 이자 청구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이자 총액이 수십만 원 이상 감축될 수 있습니다.
소송촉진법상 판결 이후 이율의 적용
만약 청구금액이 인정되고 판결이 선고되면, 판결일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특례법상 연 12% 이율이 자동 적용됩니다.
따라서 청구취지에서는 “…다 갚는 날까지 연 △△%”라고만 기재하더라도 법원이 판결일 전까지는 약정이율 또는 법정이율,
판결일 이후에는 연 12% 이율을 각각 적용하여 주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실무 팁: 판결 이후 이자율은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주문에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와 그 예방책
이자율 관련하여 실무상 자주 나타나는 실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서에 연체이자율을 명시하지 않음
- 무이자 차용증 작성 후 연체이자 청구
- 연체이자율이 초과되어 일부 무효 처리
- 기산일을 실제보다 앞당겨 계산
이러한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변제기, 이자율, 연체이자율을 명확히 기재하고,
소송 제기 전에는 관련 증거 및 이자계산서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