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 주장으로 소송 방어하는 전략
1. 상계란 무엇인가? — 민사소송에서의 기초 개념
상계란 무엇인가? — 민사소송에서의 기초 개념
민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방어할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상계 주장’입니다. 이는 간단히 말해, “나도 너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그걸로 갚은 걸로 하자”는 논리입니다.
민법 제492조 이하에 따르면, 상계는 쌍방의 채권이 대등한 범위 내에서 서로 소멸시키는 법률 행위로 인정되며,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도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피고는 별도로 채권을 변제하지 않더라도 상계 주장을 통해 소송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게 됩니다.
상계는 채무의 소멸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실제로 변제를 하지 않았더라도 상계를 통해 법적으로 ‘변제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계가 인정되기 위한 법적 요건
상계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민법상 정해진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주요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쌍방 채권의 동종성: 양측 채권이 모두 금전채권이거나 동일 종류의 물건 채권이어야 함
- 대등성: 쌍방이 서로 채권자이자 채무자일 것
- 변제기 도래: 피상계채권이 이미 변제기에 도달해 있어야 함
- 상계적상에 있는 채권: 양 채권 모두 소멸되지 않았고, 집행불능 상태가 아니어야 함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면 상계는 채권자의 동의 없이도 피고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주장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 유효한 항변으로 작용합니다.
상계 주장의 실익과 전략적 의미
상계는 단순한 법률 이론이 아니라, 실제 소송 현장에서 매우 강력한 전략으로 활용됩니다. 특히 대여금 청구, 손해배상 청구, 임금청구 등 금전 소송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피고 입장에서는 금전지급을 회피하면서도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항변이기 때문에, 상계 주장은 사전 검토만 잘 되어 있으면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상계는 ‘변제의 효력’을 가지므로, 청구금액 전부를 상계할 수 있다면 사실상 피고가 소송에서 전부 승소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계 사례
가장 흔한 예는 지인 간의 금전 대여입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10년 전에 돈을 빌려줬으니 갚아라”고 청구했을 때, 피고는 “그보다 후에 나도 너에게 300만 원을 빌려줬다”고 상계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고는 자신의 채권도 유효하며 변제기에 도달했고, 금전채권이라는 동일성을 가진다면 일부 또는 전부 상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상계가 가능합니다. 대법원 판례(2006다32127)는 “상계의 대상이 되는 피상계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면 상계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상계 관련 판례 요약과 실무 시사점
판례는 상계의 실질적 요건을 매우 중시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판례가 있습니다.
- 대법원 2006다32127: “상계 주장은 피상계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더라도 상계적상에 있었다면 가능하다”고 판단
- 대법원 2000다49710: “동종 채권이 아닌 경우(예: 금전과 물건)의 상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
이러한 판례는 피고가 상계 주장을 펼칠 때 단순히 ‘받을 돈이 있다’는 수준을 넘어, 법적으로 상계 요건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따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2. 소송 실무에서 상계 주장의 적용 전략
소송 절차상에서 상계 주장은 어떻게 제기되는가
실제 민사소송에서 상계 주장은 주로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통해 제기됩니다.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대해 반박하면서, 자신도 원고에게 받을 채권이 있다는 점을 들어 서면 또는 변론기일에 구체적으로 상계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계 요건이 구비된다는 전제 아래 구체적 채권 내용을 밝히고, 증거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상계 주장은 법률적으로 항변이지만, 반소처럼 그 자체로 ‘공격적 요소’를 갖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절차상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핵심입니다.
항변과 반소의 차이: 상계 주장의 방식 구분
상계 주장은 일반적으로 ‘항변’으로 분류되지만, 경우에 따라 ‘반소(반대소송)’의 형식으로 제출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상계 대상 채권의 성격과 액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 항변으로서의 상계: 피고가 주장하는 채권이 원고의 청구금액을 초과하지 않고, 단순히 방어적 주장일 경우
- 반소로서의 상계: 피고 채권이 더 크거나, 피고가 잔액을 청구하려는 경우 별도 소송으로 다루어야 함
따라서 실무상 상계를 검토할 때는 해당 채권이 소멸적 항변인지, 적극청구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증 전략: 상계 주장의 성립을 위한 증거자료
피고가 상계 주장을 제대로 하려면, 피상계채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자주 사용되는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차용증, 대여금 약정서
- 계좌이체 내역, 현금영수증,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 녹취자료 또는 제3자 진술
특히 채권의 성립 시기와 변제기 도래 여부가 핵심 쟁점이므로, 날짜와 금액이 명확히 확인되는 문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액이라도 관련 자료가 명확하면 법원에서 상계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상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상계 주장이 기각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피상계채권의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 채권의 성질이 상계에 부적합한 경우 (예: 양도금지, 체당금 등)
-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경우
- 피고가 해당 채권을 이미 포기하거나 양도한 경우
예를 들어, 친인척 간에 돈을 주고받은 사례에서 차용증 없이 “예전에 나도 빌려줬다”는 주장만으로는 상계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증거에 기반한 구체적 주장만이 법원에서 통용됩니다.
상계 인정 사례 vs 기각 사례 비교
상계가 법원에서 인정된 대표 사례로는, 계좌이체와 문자 메시지로 대여 사실을 증명한 경우가 있습니다. 피고가 받은 돈을 명확히 특정하고, 변제기도 지났음을 증명하자 법원은 이를 근거로 일부 상계를 인정했습니다.
반면 상계가 기각된 사례는, 피고가 주장하는 채권이 이미 상속으로 포기된 경우 혹은 입증자료 없이 구두 주장만 한 경우였습니다. 이처럼 단순 주장만으로는 법원에서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상계는 ‘서면 항변’이자 ‘증거 게임’입니다. 주장을 위한 논리적 구성과 함께,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결정적입니다.
3. 상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고급 실전 팁
상계와 기타 항변의 조합 전략
민사소송에서 상계 주장은 단독으로도 유효한 항변이지만, 실무에서는 다른 항변들과 병행되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상계 + 소멸시효 완성: 원고 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고, 피고 채권은 살아 있는 경우
- 상계 + 증여 주장: 원고가 주장하는 대여금이 실상은 증여였다는 반박 논리
- 상계 + 변제 주장: 상계된 일부 외에 나머지는 이미 변제했다는 입장
이처럼 다층적인 항변 구성은 법원으로 하여금 피고의 방어 논리에 신빙성을 부여하게 만듭니다.
상계 주장을 위한 문서 서식 작성 요령
상계는 주장 그 자체보다도 어떻게 문서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실제로는 아래와 같은 표현 방식이 실무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별도 채권이 존재하므로, 이에 따라 상계를 주장하고, 청구금액 상당액에 대해 변제된 것으로 본다.”
준비서면에서는 항변의 형식으로 정리하되, 해당 피상계채권의 구체적인 발생원인, 금액, 변제기, 증거자료 일람표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서면 작성 시에는 지나치게 감정적 표현을 배제하고, 사실과 법리를 중심으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작성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변호사 입장에서 상계 전략을 활용하는 포인트
변호사가 피고를 대리하는 경우,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상계 가능한 채권이 있는지 철저히 탐색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 항목을 확인합니다:
- 대여금 거래나 손해배상권 등 금전채권의 존재
- 계약서, 차용증, 메신저 내역 등 입증자료 확보 여부
- 상계로 소멸시킬 수 있는 원고 청구액 범위
상계가 가능한 상황이 확인되면, 이를 합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소송 전 화해를 유도하는 강력한 지렛대가 되는 것이죠.
부분 상계와 잔존 채무 대응 전략
실제 소송에서는 상계로 인해 일부 금액만 상계되고 잔액이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잔존 금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방어할 수 있습니다:
- 나머지 금액에 대해 소멸시효 항변 주장
- 부분 변제 주장: 이미 일정 금액을 갚았다는 증거 제시
- 지연이자 계산 오류 지적: 원고가 부당하게 연체이자를 산정했는지 검토
따라서 상계 주장은 단편적인 항변이 아니라, 전체 방어 논리 속의 중요한 한 축으로 유기적으로 작동합니다.
실무 요약 및 상계 주장의 핵심 조언
상계는 민사소송 실무에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항변 전략입니다. 다만, 주장만 한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요건 충족과 입증자료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계 주장은 주장 이전에 ‘구성’입니다. 주장의 골격, 증거의 정합성, 문서의 설득력이 3박자를 이루어야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상계를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후 작성되는 소송 문서 또는 상담 실무에서도 위의 포인트를 참고하면 보다 탄탄한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