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개요와 법적 배경
일상 속 질문: 변제기 없이 돈을 빌려준 경우, 이자는 언제부터 발생할까?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정확한 갚는 날짜는 정하지 않았고 그냥 ‘필요하면 말해’라고 했어요.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갚지 않더군요. 이럴 경우 이자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위 사례처럼, 실제 변제일을 명시하지 않고 “채권자가 요구하면 갚겠다”는 식의 약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돈을 돌려받으려 할 때, “언제부터 이자를 붙여서 받을 수 있느냐”는 실무적인 고민이 따라옵니다.
‘변제기 없는 채무’란 무엇인가?
민법상 규정과 이행기준
민법은 금전 소비대차와 같은 계약에서 ‘변제기’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공합니다. 즉, 당사자 간 약정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채무자가 언제부터 갚아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법률에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민법 제388조에 따르면, 이행기일이 정해지지 않은 채무는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채무자는 즉시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채권자가 요구하면 갚기로 한 채무’의 법적 기초입니다.
Tip: 변제기 없는 채무라도 채권자가 정당하게 요구하면, 채무자는 그 시점부터 지체책임을 지게 되며 이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자 계산의 기준점: 민법 제397조를 중심으로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따른 이자 발생
금전채무에서의 이행지체는 매우 엄격하게 다뤄집니다. 민법 제397조 제1항은 “금전채무의 이행이 지체된 경우, 채무자는 그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법정이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정이율은 2023년 기준으로 연 5%이며, 상행위일 경우 상법 제54조에 따라 연 6%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자 약정이 없더라도 지체 상태에 들어간 시점부터는 최소한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입니다.
약정이자와 법정이자의 구분
이자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약정이자, 다른 하나는 법률에서 정한 법정이자입니다. 만약 약정이율이 있다면 그에 따라 이자를 청구할 수 있으나, 약정이 없을 경우 민법상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자율 외에도 ‘언제부터 계산할 것인지’, 즉 이자의 기산일이 실무상 핵심 쟁점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다음 섹션에서 다룰 예정인 ‘최고(催告)’ 개념과도 밀접히 연결됩니다.
정리: 약정이자율이 없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를 지체한 날로부터 법정이율(연 5%)의 이자가 발생하며, 이 지체 시점이 곧 이자 계산의 출발점이 됩니다.
2단계: 이자 발생 시점과 판례 분석
지연이자 발생의 기준점: ‘최고’는 왜 중요한가?
변제기가 없는 채무의 경우에도 채무자가 언제부터 이자(지연손해금)를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채권자의 최고(催告) 또는 법적 청구에 있습니다.
민법 제387조에 따르면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경우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한 때로부터 채무자는 지체책임을 지게 되고, 이때부터 이자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돈을 갚기로 한 명확한 날짜는 없었더라도 채권자가 갚으라고 요구한 시점부터는 이자를 물게 되는 것입니다.
실무 팁: 채무자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해도, 채권자가 명확히 청구한 사실이 있다면 이자 계산은 가능합니다.
최고의 방식과 입증 책임
내용증명, 문자, 구두 요구도 효력 있을까?
최고는 반드시 내용증명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자나 이메일, 심지어는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면 입증 가능한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내용증명 우편은 날짜, 수신인, 내용이 객관적으로 남기 때문에 소송에서도 강력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특히 변제기 없는 채무에서는 이 ‘최고의 날짜’가 곧 이자 발생의 기준일이 되므로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리: 최고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과 입증력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서면화하고 보관하세요.
판례로 보는 ‘최고 이후 이자 산정’의 기준
대표적 판례: 대법원 2003다26204 판결
해당 판례에서는 “변제기 약정이 없는 금전채무에 대해 채권자가 지급을 청구하였을 때, 그 다음날부터 채무자는 이행지체에 들어가며, 이자(지연손해금)를 부담하게 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 판례는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며, 이자 산정 기준을 ‘최고 다음날’로 설정하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특히 채무자가 갚을 의사가 없거나 이행을 미루는 경우, 채권자는 단호하고 공식적인 청구를 해야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소장 송달일도 기준일이 될 수 있을까?
소송 절차 개시에 따른 이자 발생
실무에서는 채권자가 최고 없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이행지체로 보아 이자 산정이 시작됩니다.
이는 민사소송 절차 자체가 이행 청구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고가 없더라도 소장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이자 청구가 가능하므로, 소장에는 반드시 이자 청구의 내용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실무 요약: 내용증명 없이 곧바로 소송해도 괜찮습니다. 이자 계산은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3단계: 이자 계산 예시와 실무 팁
실제 이자 계산 예시로 이해하는 이자 청구
기초 계산식 이해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됩니다:
이자 계산 공식:
원금 × 이자율 × 지체일수 ÷ 365
예를 들어, 원금 1,000만 원에 연 5% 법정이율, 지체일수 90일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0,000,000 × 0.05 × 90 ÷ 365 = 약 123,287원
이 계산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지체가 시작되었는가’이며, 이는 내용증명 발송 다음날이나 소장 송달 다음날이 됩니다.
이자율의 종류와 구분
약정이율이 우선이다
당사자 간 약정이율이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이율이 우선 적용됩니다. 다만, 약정이율이 지나치게 고율일 경우 무효로 판단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약정이 없다면?
약정이율이 없다면 민법 제397조에 따라 연 5%의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 상행위에 해당할 경우 상법 제54조에 따라 연 6%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법정이율은 고시를 통해 변동되며, 2023년 기준은 연 5%입니다. 반드시 최신 기준을 확인하세요.
소송 실무와 지연손해금 청구 전략
청구취지 작성 예시
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일반적으로 포함됩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원과 이에 대한 2024.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따른 금원을 지급하라.”
날짜는 최고일 다음 날 또는 소장 송달일 다음 날로 계산해야 하며, 이자율과 함께 ‘다 갚는 날까지’라는 표현을 반드시 포함해야 향후 미지급분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최종 정리 및 독자 유의사항
핵심 체크리스트
- 변제기가 없더라도 이자 청구는 가능하다.
- 이자 발생 시점은 최고나 소장 송달 다음 날이다.
- 내용증명은 필수 증거다.
- 약정이율이 없으면 법정이율(연 5%)이 적용된다.
- 소장에는 이자 및 지연손해금 청구 문구를 정확히 작성해야 한다.
마무리 팁: “언제 갚아라”는 한 마디, 문서로 남기세요. 그것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출발선입니다.